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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opos
인터넷 상에서의 호칭에 대해 전혀 몰랐던 시절, 물론 지금도 잘 모르지만, ‘유저’가 어떤 호칭인지 몰라 의아해 했던 적이 있다. 아주 처음에는 유저라는 이름이 많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유저가 고유명사가 아니라는 걸 감으로 때려잡아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유저님께서 어쩌고 저쩌고, 이런 말들이 오가면 이게 무슨 호칭인가 싶어 정말로 궁금했었다. 이게 You에다가 뭔가를 붙인 말인지, 아니면 무슨 불교에서 사용하는 말인지, 아님 어떤 다른 호칭을 축약시킨 것인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결국 물어보질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윈도우즈 시작할 때 User라는 박스가 뜨는 걸 보면서, 호, 이게 그 유저로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뭐 아직도 확신하진 못한다만... 호칭..
나비야, 처음부터 새로 태어나지 그랬니...
뒤샹의 글을 읽다가 레디메이드에 관해 강연했던 내용이 있어 흥미로운 부분만 발췌해 본다. 우선 제임스 스위니, 피에르 카반느와의 인터뷰에서도 반복했던 얘기라 유명한 대목인데, 뒤샹은 레디 메이드의 선택이 미적 호불호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시각적 무관심의 상태, 그리고 취향의 부재 상태(좋은 취향이나 나쁜 취향 모두를 떠나서)에서, 말하자면 '완전한 무감각'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얘기하려면 길다. 하여 넘어가고... 뒤샹은 레디 메이드를 몇 종류로 구분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른바 '수정한 레디메이드'이다. 1913년 자전거 바퀴를 부엌에서 쓰는 등받이 없는 의자에 붙여놓은 최초의 레디메이드가 그것이다. 제일 유명한 소변기, 그러니까 '샘'은 그냥 레디메이..
어떻게 '여기'를 벗어나 또 다른 '여기'에 이를 것인가?
한달에 한번 갈까 말까 한 인사동에 전시보러 갔다. 갤러리 룩스에서 하고 있는 권태균전. 권태균 선생의 사진에 70-80년대의 기록, 이런 수식어를 많이들 갖다붙이는데, 좀 식상하다. 50-60년대의 생활주의 리얼리즘 사진도 기록이라는 말로 확 정리가 되어버리는데, 이제 좀 정교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기록 아닌 사진이 어디 있나. 예술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던 과거의 사진가들은 기록이라는 말을 싫어했고, 기록에서 벗어나야 사진도 예술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기록의 가치를 폄하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전세가 역전되었다. 모든 사진은 기록으로 통한다! 생활주의 리얼리즘을 했던 분들은 사진을 '예술'이라 생각하고 했었는데, 지금은 '기록'이라는 말로 정리들 하..
한밤에 드뷔시를 들으며 술을 마신다, 이런 호사를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 근데 이건 보통의 베르가마스크에 비해 연주가 좀 느려서 색다른 맛이 있다.
제3회 스코프 수상작가로 선정된 이선민의 전을 보았다. 작업의 주제와 무게 중심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잘 느끼지 못하는 듯. 그러다 보니 몇 가지 엉성한 부분이 눈에 띈다. 최봉림 선생이 쓴 평문의 제목이 "취미와 취향의 가족 사회학을 위하여"인데,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취향의 세습"이다. 아주 중요한 문제이고,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가 서구식으로 진화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필연적인 과정을 콕 찝어서 보여주고 있어 예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상식이 된 문제이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잊어버리거나 알아도 모른 척 해버리는 그런 사안에 속한다. 부의 대물림이 경제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확장되어 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부르디외가 아비투스 개념..
요즘 딱딱한 논문을 쓰다가 잘 안풀리면 만화책을 본다. 나는 원래 만화를 무쟈게 좋아해서 초딩때부터 대학다닐때까지 만화방을 밥먹듯이 드나들었던 사람이라 아직도 만화에 대한 애착이 있다. 초딩때는 오동촌, 이남촌 등 야구만화도 많이 봤고 황재, 이런 양반의 액션물도 좋아했으며, 나중에 중학생 때는 허영만, 이현세 등 지금은 거장 반열에 속하는 양반들의 만화를 후속편 나오기를 기다려가며 볼 정도로 만화방에 붙어살았다. 한동안 고행석, 황미나 등의 만화도 많이 봤다. 좌우간, 요즘은 박시백의 을 보고있다. 오래 전에 사서 집에는 10권까지밖에 없는데, 아마 후속편이 상당히 나와있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조선왕조실록을 압축해서 이렇게 만화로 엮어낸 박 화백이 존경스럽다.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국사학자처럼 아..
노라 존스가 첫 앨범을 냈을 때 크게 주목을 받았다. 미국 가수를 프랑스 TV에서 다큐멘터리 프로로 만들어 방영할 정도였으니 시작부터 스타였다. 음악적 소양도 탄탄하고 비주얼도 괜찮아서 음반회사에서 맘 먹고 만든 스타라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봤을 때의 외모는 뭐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의 외모와 좀 달랐다. 그녀의 성장기, 음악적 배경, 이런 것들에 대해 인터뷰를 많이 했었는데, 줄곧 블루스가 자기 음악의 기초라고 말했다. 존 리 후커같은 사람의 음악을 많이 들었고 오랫동안 블루스 클럽에서 활동했으며 블루스는 자기의 음악적 고향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런 내용. 결국 재즈로 선회했지만 음반은 재즈라기보다 재즈의 요소가 가미된 팝 정도다. 어쨌든 블루스에 대한 향수가 크다는 얘기를 인터뷰 내내 했던 것으로 ..
아방가르드 로리 앤더슨의 음악 중에서도 이렇게 '감미로운' 곡이 있다. 20대에 샀던 음반인데, 와, 유튜브에 있다. 로리 앤더슨의 듣기 '고약한', 하지만 정수에 가까운 실험적인 음악은 아래에... 90년대에는 사진 작업도 꽤 했다.
술을 먹거나 음악을 들으면 사람은 센티멘탈해진다. 혼자 있을 때 얘기다. 반대로 여럿이 함께 마시면 수다를 떨고 여럿이 함께 들으면 격정에 휩싸인다. 그럼 혼자서 음악 들으면서 술 마시면? 이건 보통 위험하다고들 말한다. 알콜중독의 초기 증상이라고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뭐 별로 위험한 것도 아니다. 좌우간 요점을 말하자면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위험 속으로 몰고갈 필요가 있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을 쓰자면 한계 너머로 자신을 밀쳐내야만 한다. 자기 자신을 문제삼지 않고서 어찌 타인을, 세계를 문제삼을 수 있겠나. 한계의 문제를 가장 먼저 철학적 성찰의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데카르트인데, 그는 광기와 착란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른바 코지토를 찾아나섰다. 미친다 한들 무슨 대수란 말인가. 하지만 정작 ..
인터넷 서핑을 잘 하지 않는 나로서는 방문하는 사이트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어디가야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 잘 모를 뿐더러 엄청나게 쏟어지는 정보를 감당할 재간이 없어 그냥 관심있는 것들만 제한적으로 본다. 뉴스도 별 관심이 업는 편이어서 가끔씩 머릿기사만 보거나 초미의 관심사 정도만 클릭해서 보는 편이다. 정보화 시대에 걸맞지 않은 뒤떨어진 인간인 셈인데, 그래도 블로그를 운영하는 건 참으로 용타. 어쨌든 가끔씩 방문하는 사이트인 로쟈의 저공비행에 들렀다가 김영하와 조영일(필명은 소조)의 논쟁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최근 작고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를 둘러싼 논쟁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외면적으로는 김영하의 솔직한 반성으로 논쟁이 마무리된 듯한 모양새인데, 차마 하지 못한 말, 그리고 하고 싶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