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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opos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를 전에 읽고 나서 좀 생각해볼 부분이 있었는데, 정리를 못하고 있다가 짬을 내본다. 전체적인 논지는 아주 흥미롭고,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많긴 한데, 사케르(sacer)라는 개념이 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이걸 좀 생각해 봤다. 오래 전에 공부했던 내용이기도 해서 아감벤의 이해 방식이 좀 혼란을 준 측면이 있다. 아감벤에 따르면 호모 사케르는 “살해는 가능하되 희생물로 바칠 수는 없는 생명”이다. 현대 정치의 장에서 이 논리는 아주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는 것인데, ‘예외상태’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바로 “희생물로 바칠 수는 없는” 생명이다. 초법적인 상황에서는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보호해 왔던 존엄한 생명이 언제든 박탈당할 수 있다. ‘벌거벗은 ..
에서 달력을 만드는 모양이다. 수익금은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장례비를 보태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희생자들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이 소소한 행위, 우리 사회에서 '희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희생은 언제나 있었다. 나를 버려 타인을, 집단을, 혹은 가치를 구하는 것, 이것이 희생일 것이다. 작은 희생부터 큰 희생까지 유형과 종류도 다양할 터이나 모든 희생은 결국 같다. 80년대에 민주주의의 쟁취를 위해 희생했던 이들도 많다. 그들의 희생이 가치를 회복시켜 주었으나 지금은 다시 예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다시 희생이 필요한가. 그래서는 안될 터이지만 희생 없이는 안되는 것이 잔혹한 현실이다. 이미 많은 희생이 생겨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문제는 희생이 개죽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
바타이유의 '전복적 사유', 그 저변에 깔려있는 난폭함과 경건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적 감정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출발은 원시종교이다. 많은 종교사가들은 종교의 탄생을 경배의 대상보다는 종교적 감정의 출현에서 찾고 있다. 루돌프 오토가 제안하는 트레멘둠(tremendum)이 예이다. 그것은 끔찍한 공포의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으로 모든 원시종교의 바탕을 이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 형언할 수도 없고 조절할 수도 없는, 그 대상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냥 납짝 엎드려 바들바들 떨 수밖에 없는 그런 두려움이 트레멘둠이다. 그것을 본래는 성스러움(sacer)의 감정이라 불렀다.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와 뒤르케임(Emile Durkheim)이 분석한 다양한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