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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예술 (27)
outopos
오래 전에 마르셀 뒤샹 평전을 사놓고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틈틈이 읽다보니 저 유명한 샘(Fountaine)에 관한 내용이 나와 생각을 더듬어 본다. 베르나르 마르카데의 , 뒤샹 평전으로는 분량이나 자료의 방대함에서 다른 평전들을 압도한다. 뭐 뒤샹 전기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티리 드 뒤브의 에 실린 아티클 한 편이 이 사건을 소상히 다루고 있어 예전에 읽어본 적이 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김광우 선생이 쓴 뒤샹 전기도 있어 국문판으로는 참고할 만하다. 좌우간, 이 오브제는
뒤샹의 글을 읽다가 레디메이드에 관해 강연했던 내용이 있어 흥미로운 부분만 발췌해 본다. 우선 제임스 스위니, 피에르 카반느와의 인터뷰에서도 반복했던 얘기라 유명한 대목인데, 뒤샹은 레디 메이드의 선택이 미적 호불호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시각적 무관심의 상태, 그리고 취향의 부재 상태(좋은 취향이나 나쁜 취향 모두를 떠나서)에서, 말하자면 '완전한 무감각'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얘기하려면 길다. 하여 넘어가고... 뒤샹은 레디 메이드를 몇 종류로 구분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른바 '수정한 레디메이드'이다. 1913년 자전거 바퀴를 부엌에서 쓰는 등받이 없는 의자에 붙여놓은 최초의 레디메이드가 그것이다. 제일 유명한 소변기, 그러니까 '샘'은 그냥 레디메이..
영화 로 유명한 세느 강변의 다리 퐁뇌프(Pont-Neuf), 건축 당시 신공법을 사용했다고 해서 '새로운 다리’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중의 하나이다. 유적으로서의 가치가 높아 훼손을 우려한 파리시가 영화 촬영 허가를 내주지 않아 레오 카락스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세트장을 만들어야 했다.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영화 속 장면은 세트장에서 촬영한 것이다. 그만큼 이 다리에 대한 프랑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런 퐁뇌프가 1985년 한 예술가의 손아귀에 통째로 들어갔다. 불가리아 태생의 크리스토가 거대한 다리 전체를 천으로 덮어씌워버린 것이다. 크리스토는 이미 1950년대 말부터 작은 물건들을 포장하여 모습을 감춰버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1958년 처음 선보인 작품은 작은 병..
먹다 남은 스테이크 조각, 접시에 군데군데 묻어있는 소스, 찻잔에 깔려 있는 커피, 심지어 재떨이에 함부로 비벼 끈 담배꽁초까지... 이 모든 것은 식사를 마친 후의 테이블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할 음식물 찌꺼기와 설거지통으로 가야 할 지저분한 그릇들을 예술작품이라고 우긴다면 당혹스럽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파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예술가가 있다. 신사실주의 운동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한 다니엘 스포에리가 주인공이다. 루마니아 태생으로 스위스로 이주했다가 다시 프랑스로 건너와 학업을 마친 그는 본래 또 다른 스위스 출신의 예술가인 장 탱글리(Jean Tinguely)의 조수로 예술에 입문했다. 그의 첫 작품은 ‘함정그림(Tableaux-piège..
자동차와 시계, 커피 분쇄기 등을 가득 쌓아놓은 아퀴뮐라시옹 시리즈는 1960년대 초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신사실주의(누보 레알리즘) 작가 아르망의 대표작이다. ‘축적’, ‘수집’을 뜻하는 아퀴뮐라시옹은 같은 품목의 물건을 집합시켜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평범한 사물을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킨다. 신사실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갔던 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는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오브제에 대한 예술적 세례’라고 표현했는데, 아르망의 오브제 작업은 그 변형이라 할 수 있다. 1928년 니스에서 출생한 아르망의 본명은 아르망 페르난데스(Armand Fernandez)인데, 1947년 자신의 성을 버린 이후 아르망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한편 니스의 유도 학교에서 이브 클라인(Yves Klein)을 만나 ..
서양의 유명 관광지에 가면 가끔 광장 한 복판에 사람 모습을 한 석고상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참 동안 보고 있으면 석고상이 갑자기 꿈틀거리며 손을 내밀기도 하고 윙크를 하기도 한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거나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면 자신이 보고 있던 것이 석고상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폭소를 터뜨리고 만다. 이처럼 살아있는 신체를 조각처럼 제시한 예술가가 있다. 영국의 길버트와 조지(Gilbert Proesch & George Passmore)가 그들이다. 항상 공동으로 작업하는 이 작가들은 1969년부터 이라는 제목으로 행위예술을 발표해 왔으며, 특히 1971년에 선보인 이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예술가는 전시장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