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자연마술
- 이갑철
- 생활주의리얼리즘
- 카메라옵스쿠라
- 마르셀모스
- 벤야민
- 누보레알리즘
- 데리다
- 바타이유
- 마빈해리스
- 강홍구
- 푸코
- 주명덕
- 워커에반스
- 바우만
- 강운구
- 레디메이드
- 모리스블랑쇼
- 노순택
- 부르디외
- 강용석
- 다큐멘터리사진
- 로버트메이플소프
- 다큐멘터리
- 들뢰즈
- 포토저널리즘
- 마르셀뒤샹
- 레비나스
- 로제카이유와
- 아감벤
- Today
- Total
outopos
감추기/보여주기 본문
영화 <퐁뇌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세느 강변의 다리 퐁뇌프(Pont-Neuf), 건축 당시 신공법을 사용했다고 해서 '새로운 다리’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중의 하나이다. 유적으로서의 가치가 높아 훼손을 우려한 파리시가 영화 촬영 허가를 내주지 않아 레오 카락스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세트장을 만들어야 했다.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영화 속 장면은 세트장에서 촬영한 것이다. 그만큼 이 다리에 대한 프랑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런 퐁뇌프가 1985년 한 예술가의 손아귀에 통째로 들어갔다. 불가리아 태생의 크리스토가 거대한 다리 전체를 천으로 덮어씌워버린 것이다.
크리스토는 이미 1950년대 말부터 작은 물건들을 포장하여 모습을 감춰버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1958년 처음 선보인 작품은 작은 병들을 포장한 것이었고 점차 잡지에서부터 옷걸이, 자동차에 이르는 일상용품으로 대상을 확장시켜 나갔다. 이후 다리나 건축물과 같은 대규모의 ‘포장예술’은 부인인 잔 클로드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다. 홍보와 마케팅, 섭외 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홍보 부족 때문에 기획단계에서 멈춰버린 작업도 있다. 1967년 수에즈 운하를 물통으로 만든 거대한 벽으로 막아보고자 했으나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크리스토는 1968년 베른미술관을 시작으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 1968), 시카고 현대미술관(1969) 등을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포장했고, 이후에는 캘리포니아주에 흰 천으로 만든 울타리를 약 40km 길이로 설치하기도 했다. 그의 감추기 기술은 1995년 독일 국회의사당 전체를 10만 m2의 천으로 덮어버리는 데도 활용되었다.
크리스토의 포장술은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의 외관을 덮어씌워버림으로써 감춰진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사물에 가면을 씌우는 것과도 유사하다 하겠다. 나아가 흰 천으로 덮인 거대한 건물은 웅장함과 더불어 신비감, 나아가 성스러운 느낌마저 자아낸다. 대중들은 늘 보아오던 건물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잠시 변화하는 것에 감탄하고 그 건물을 다시 보게 된다. 이처럼 '감추기'는 또 다른 '보여주기’임을 그의 예술이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