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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감벤 (3)
outopos
지그문트 바우만의 을 틈틈이 읽다가 생각나는 내용을 옮겨본다. 역시 뛰어난 인문학자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개념화시킬 줄 안다. 바우만이 얘기하는 내용 역시 한두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것이다. 핵심 개념은 ‘쓰레기’이다. 쓰레기는 쓸모없는 것, 쓸모 있는 것을 사용한 후 남은 찌꺼기이다. 말하자면 쓰레기란 본래 쓸모 있는 것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찌꺼기가 그렇잖은가. 어쨌든, 자본주의 시스템은 필요 이상을 생산한다. 자본을 위해서. 하여 필요 이상의 생산물은 잉여가 된다. 잉여가 없다면 이윤이 없을 터이므로(물론 맑스의 에서는 착취가 이윤을 낳지만) 자본주의적 생산의 목표는 잉여에 집중된다. 그런데 잉여란 본래 불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잉여는 곧 쓰레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시스템은..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를 전에 읽고 나서 좀 생각해볼 부분이 있었는데, 정리를 못하고 있다가 짬을 내본다. 전체적인 논지는 아주 흥미롭고,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많긴 한데, 사케르(sacer)라는 개념이 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이걸 좀 생각해 봤다. 오래 전에 공부했던 내용이기도 해서 아감벤의 이해 방식이 좀 혼란을 준 측면이 있다. 아감벤에 따르면 호모 사케르는 “살해는 가능하되 희생물로 바칠 수는 없는 생명”이다. 현대 정치의 장에서 이 논리는 아주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는 것인데, ‘예외상태’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바로 “희생물로 바칠 수는 없는” 생명이다. 초법적인 상황에서는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보호해 왔던 존엄한 생명이 언제든 박탈당할 수 있다. ‘벌거벗은 ..
아감벤의 를 읽어보니 우리 사회를 해석하는 데도 유효한 듯하여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우선 ‘예외상태’라는 개념을 정확히 정의해야 하는데, 이것이 만만치 않다. 책의 상당 부분이 이 개념을 제대로 정의하는 데에 바쳐져 있기 때문에 한 두 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우선 법의 효력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상태라고 해두자. 로마에서 유스티티움이라 불렀던 법의 정지 상태와도 비슷하다. 현대적 의미에서 보자면 긴급사태, 비상사태, 이런 것들이 발생했을 때 법이 일시적으로 효력을 잃고 긴급조치 같은 초법률적인 힘들이 작동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유신 때의 긴급조치를 생각하면 된다) 예외상태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입법, 사법, 행정의 구분을 일시적으로 폐기하는 것이다. 문명사의 어느 시기에나 이러한 예외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