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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

paixaube 2010. 10. 1. 23:09

자동차와 시계, 커피 분쇄기 등을 가득 쌓아놓은 아퀴뮐라시옹 시리즈는 1960년대 초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신사실주의(누보 레알리즘) 작가 아르망의 대표작이다. ‘축적’, ‘수집’을 뜻하는 아퀴뮐라시옹은 같은 품목의 물건을 집합시켜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평범한 사물을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킨다. 신사실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갔던 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는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오브제에 대한 예술적 세례’라고 표현했는데, 아르망의 오브제 작업은 그 변형이라 할 수 있다.



1928년 니스에서 출생한 아르망의 본명은 아르망 페르난데스(Armand Fernandez)인데, 1947년 자신의 성을 버린 이후 아르망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한편 니스의 유도 학교에서 이브 클라인(Yves Klein)을 만나 절친한 동료가 되어 두 사람은 후일 신사실주의 운동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아르망은 신사실주의 운동에 참여하기 한 해 전인 1959년에 이미 아퀴뮐라시옹 시리즈를 발표하였다. 이 작품에는 주로 낡아서 용도 폐기된 물건들을 사용했다. 이 시기에 제작한 또 다른 작품으로는 온갖 잡동사니를 투명한 유리 상자에 모아 놓은 <쓰레기통>을 들 수 있다. 신사실주의 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아르망은 물건을 톱으로 잘라 내거나 해체시켜 보여주기도 하고 난폭하게 파괴시킨 상태로 전시하기도 했다. 오브제를 변형시키는 데 주된 관심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1967년에는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인 르노(Renault)와 합작으로 새로운 아퀴뮐라시옹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후 탑처럼 쌓아올린 자동차 더미는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현대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자동차를 거대한 탑의 형태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산업사회에 대한 기념비적 조형물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아퀴뮐라시옹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동일 품목의 물건을 쏟아내는 생산 방식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특징을 예리하게 간파하여 예술의 방법론에 적용시킨 흥미로운 사례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