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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거짓 기호

paixaube 2009. 7. 24. 03:37
< 프루스트와 기호들>에서 들뢰즈는 여전히 기호의 독해 가능성을 믿고 이를 실천해 옮긴다. 기호가 감추고 있는 본질,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지성뿐이다. 그 본질이란 것이 결국은 차이로 귀착하지만... 어쨌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수많은 기호의 지층들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기호, 해석해 내기 힘든 기호는 사랑의 기호들이다. 주인공 마르셀 뿐만 아니라 그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스완도 사랑의 기호로 고통받는다. 기호는 우선 징후이며, 그것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감성에 끼치는 강제"이자 결국 감성에 대한 "고문도구"이기도 하다. 질투에 휩싸여 총기를 잃어버리는 스완, 결국 사랑했던 오데트와 결혼에 이르지만 이후 자신이 진정으로 갈망했던 것들을 포기하고야 만다.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면, <스완네 집 쪽으로>,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에서는 이성간의 사랑을 다룬다. 사랑의 기호들에 대한 들뢰즈의 언급 :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이 지니고 있거나 방출하는 기호들을 통해서 개별화시키는 것이다. 즉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이 기호들에 민감해지는 것이며 이 기호들로부터 배움을 얻는 것이다. 우정은 관조와 대화를 양분삼아 자라날 수 있는 반면 사랑은 무언의 해석에서 태어나고 또 그것으로 양육된다. 사랑받는 존재는 하나의 기호, 하나의 '영혼'으로서 나타난다. 그 존재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가능 세계를 표현한다".
그러나 그 기호는 대번에 해석될 수 있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 그 이유는 사랑의 기호들은 표현을 감추면서 나타나는 '거짓말의 기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의 기호들은 (기호 해독을 하는 데) 점점 더 깊이 파고들면서 생기는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애인의 거짓말은 사랑의 상형문자이다. 사랑의 기호를 해석하는 자는 필연적으로 거짓말의 해석자이다".

남녀간의 사랑의 기호가 이처럼 '거짓 기호'에 가까운 반면 동성간의 사랑은 보다 근본적이어서 결국 사랑의 기호가 갖고 있는 진실은 거기에 담겨있다. 그것이 <소돔과 고모라>
의 줄기이다. 이건 아직 읽지 못해서 이만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