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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와 엑스터시 본문
갈리마르에서 나온 질베르 루제(Gilbert Rouget)의 <음악과 트랜스>의 앞부분을 좀 읽다가 너무 복잡해서 그만 두었는데(600쪽이 넘어서 엄두도 못내고), 그래도 이 트랜스(trance, transe)라는 것이 뭔지 아주 간략하게 앞부분만 정리해 본다. 트랜스와 엑스터시(ecstacy)는 아주 비슷해서 종종 혼동되지만, 실상은 차이가 있다. 우리 말에서는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사전에는 트랜스가 황홀경, 엑스터시는 무아지경, 이 정도로 나와 있다. 둘 다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어서 어느 문화권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용례도 다르고 저마다 약간의 의미 차이가 있다. 경우에 따라 트랜스는 좀 불길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의학사전에서는 트랜스가 깊은 최면 상태처럼 잠들어 있는 것과 유사하며, 히스테리나 심령술에서 나타나고, 이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차후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언급한다. 한편 엑스터시는 감각과 운동기능이 멈춘 채 깊은 명상에 빠진 정신 상태를 가리킨다. 이 두 가지와 더불어 또 하나 민속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 신들린 상태와 극도의 흥분, 발작 상태인데, 전자는 특히 무당(어디에나 있다)에게서, 후자는 마약을 복용했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어쨌든 루제의 아주 정교한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와 엑스터시는 많이 다르다. 차이를 살펴보면 우선 엑스터시 상태에서는 움직임이 없고 트랜스 상태에서는 있다. 이렇게 엑스터시/트랜스의 특징을 열거하면, 고요와 적막/소음, 개인적/집단적, 흥분의 절정이 있고/없고, 감각기능이 없어지고/고조되고, 기억할 수 있고/없고, 환각이나 환청이 있고/없다. 이쯤 되면 많이 다르다. 그냥 황홀경, 무아지경, 이렇게 단순화시킬 것이 아닌 셈이다.
예술가들도 이 트랜스와 엑스터시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았다. 이태리의 조각가 베르니니의 유명한 <성녀 테레사의 황홀경>, 산타 마리아 성당에 있는데, 이 때의 황홀경은 엑스터시의 번역어이다. 일종의 신비체험인데, 아마 엑스터시 상태에서의 환각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정도 가능하다. 초현실주의 잡지인 <미노타우로스>(1933)에 살바도르 달리는 “엑스터시 현상(Le Phénomène de l'Extase)”이라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실린 사진은 만 레이가 찍은 것들이다. 제의에서도 트랜스는 자주 나타나는데 보두(Vaudou)족의 희생제의가 대표적이다. 서부 아프리카, 지금은 토고 쪽에 편입되어 있는 보두족의 제의는 유럽 민속학자들에게 오랫동안 연구대상이었다. 트랜스 상태는 특히 재즈 연주자들이 연주에 몰입해 있을 때 자주 볼 수 있고, 엑스터시, 이건 당연히 섹스할 때... 안해본 사람은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