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마르셀모스
- 부르디외
- 주명덕
- 레디메이드
- 마빈해리스
- 이갑철
- 데리다
- 레비나스
- 강용석
- 바타이유
- 로제카이유와
- 아감벤
- 다큐멘터리사진
- 로버트메이플소프
- 푸코
- 자연마술
- 포토저널리즘
- 카메라옵스쿠라
- 들뢰즈
- 모리스블랑쇼
- 마르셀뒤샹
- 워커에반스
- 생활주의리얼리즘
- 노순택
- 벤야민
- 누보레알리즘
- 다큐멘터리
- 강운구
- 바우만
- 강홍구
- Today
- Total
outopos
뒤샹의 말놀이 본문
오래 전에 읽었는데, 폭설 때문에 방콕하느라 심심하여 뒤샹 전기를 다시 뒤적이다 생각난 김에 그의 말놀이, 이걸 좀 정리해 본다. 뒤샹의 말장난은 그의 예술작품의 일부처럼 중요하니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인데, 문제는 원어, 그러니까 프랑스어를 모르면 그의 말장난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어로 작품 제목이 번역되어 있지만, 그건 아니올시다, 이다. 번역이 불가능한 탓이다.
우선, 가장 유명한 건 <L.H.O.O.Q>, <모나리자>에 수염을 붙인 ‘수정한 레디메이드’이다. 이 제목을 소리나는대로 읽어 옮기면 “Elle a chaud au cul”, 은어인데, 성적으로 흥분한 상태, 그러니까 발정 난 여자를 뜻한다고 보면 되겠다. 그 다음, 뒤샹이 7년 동안 공들여 제작한 <Grand Verre>, 제목이 길어 <대형유리>라고 부르는데, 원제목은 “La Mariée mise à nu par les célibatères, même”이다. 이 제목이 아주 고약한데, 오랫동안 미술사가들 사이에서는 수수께끼같은 제목이었다. 보통 영어번역은 “The Bride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even”, 그러니까 “그녀의 독신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 뭐 이렇게 번역하는 걸 자주 봤다. 여기에서 키워드는 ‘même’라는 단어인데, ‘even’과 같은 뜻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단어를 소리나는대로 읽으면 사랑하다라는 동사 ‘aimer’가 따라붙어 <m’aime>가 된다. 즉 “독신남자들이 발가벗긴 신부(강간을 상징한다)는 나(뒤샹 자신)를 사랑한다”는 뜻이 된다. 즉 그녀는 발가벗긴 채로 독신남성들 앞에 있지만 뒤샹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만 레이가 찍은 뒤샹의 초상, 여장한 초상인데, 제목은 <Rrose Selavy>, 보통 ‘로즈 세라비’라는 인명으로 통용되고 뒤샹 스스로도 자신의 별칭으로 생각했다. 그대로 읽으면 “Eros, c'est la vie”, 그러니까 “에로스가 곧 삶”이라는 뜻이 된다. 또 다른 말놀이도 많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남자의 성기 모양으로 만든 주물 작품의 제목은 <Objet-dard>이다. 그대로 읽으면 “Objet d'art”, 그러니까 ‘예술작품’을 의미하는데, ‘dard’라는 프랑스어는 은어로 남자의 음경을 뜻한다. 또 다른 말놀이로 <Marchamp du Sel>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걸 소리나는대로 읽으면 ‘소금장수’를 뜻한다. ‘Marcel Duchamp’이라는 자기 이름의 철자 중 순서를 바꾸어 이렇게 만들어낸 것이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예술을 루덴스, 그러니까 놀이로 생각했던 그의 예술 활동을 잘 받아들이기 어렵다. 굉장히 진지하면서도 아주 가볍고 장난스런 예술, 풍자와 조롱, 이런 것들이 뒤섞여 있는 것이 뒤샹의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