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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위험한 예술가

paixaube 2009. 12. 19. 10:23
 

어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SeMA라는 젊은 작가 지원프로그램 워크샵이 있었는데, 해당 작가와 외부평론가가 일대일로 작품발표와 논평을 하는 방식이었다. 거의 30명에 달하는 작가가 선정되었으니 규모가 크고 평면, 복합미디어로 나누어 지원하는 것 같다. 오후 내내 진행되어 좀 피곤하긴 했지만 흥미로운 작업들을 많이 볼 수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복합미디어 쪽에 참여해서 논평을 했는데, 영상, 설치, 비디오, 이런 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이창훈, 강이연, 최승훈-박선민, 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예리한 문제의식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논평을 한 사람이지만, 역시 논평은 작품보다 못하다. 많이 아는 것이 가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작가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중요한데, 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으니 공유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고민해본 것만을 얘기할 수 있어서 그럴 터인데, 그렇게 보면 질문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대답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중요하다.
 
문제에 답을 내리는 것은 사이언스가 해주어야 할 부분이고 예술은 그것을 하는 작업이 아니다. 예술은 오히려 의미 있는 질문을 하는 작업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이미 그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 것, 혹은 상식으로 통하는 것, 고정관념이 되어 있는 것, 이런 것들을 자꾸 의심하고, 비틀고, 전복시키고 하는 것이 예술의 중요한 부분인데,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배운 모든 것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바보 멍청이가 된다. 사회적 통념,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가치체계, 오랜 관습, 이 모든 것들에 균열과 흠집을 내어 여태까지 감히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다른 가치를 제안하는 행위가 중요하다. 안정을 원하는 사회는 이것을 용납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회의 편에서 보자면 예술가는 위험한 사람들이다. 다시, 그래서 위험하지 않은 예술가는 가짜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