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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Dual Realities

paixaube 2011. 4. 9. 23:43

한주 한주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정신 없는 와중에 마침 짬이 나서 한성필 개인전 <Dual Realities>를 보러갔다. 아라리오 갤러리, 처음 가보았는데 공간이 괜찮다. 이번 전시도 <파사드> 프로젝트의 연장인데, 조금씩 진화해나가고 있다. 이전 작업도 괜찮긴 하지만 뭐랄까, 레디메이드적인 요소도 있고, 좀 단순했었는데 이번에는 좀 복잡해졌다. 잠깐 대화를 나누어보니 다시점을 도입한 모양이다. 이전 작업들처럼 '눈속임'회화를 단지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점을 달리 하여 촬영한 각 부분을 정교하게 붙여놓았다. 한성필씨는 큐비즘적 요소를 사진에 도입했다는데,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워낙 정교하다보니 설명을 듣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렵다. 하긴 그렇게 흔적을 덮어버리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흥미로운 부분은 베를린에 있는 맑스, 엥겔스 동상의 이전 작업에 대한 해석인데, 이게 일종의 메타포로 들어왔다.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 역력하고, 이걸 다른 작업에 대한 철학적 베이스로 끌어들이려는 것 같다. 공산주의가 무너진 오늘날 맑스/엥겔스의 동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런 질문이다. 즉 공산주의는 사라진 역사인가, 아니면 자본주의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된 선박인가, 혹은 수리가 끝나면 다시 항진할 수 있는 고장난 선박인가, 이런 질문이 되겠다. 원래의 동상을 촬영한 사진도 전시장에 있고 그 사진을 원형으로 삼아 복제해낸 동상도 전시장에 있다. 동상은 눈부신 빛에 둘러싸여 형태만 덩그라니 있다. 위치도 알 수 없고 방향도 알 수 없다. 하여 장소를 잃어버린 맑스/엥겔스를 상징한다 하겠다. 그들이 곧 좌표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우상'으로 남지 않았느냐, 이런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맑스/엥겔스 사진과 다른 사진의 연계성을 생각해보면 연결고리가 좀 약하지 않은가 싶기도 한데, 제목이 'Dual Realities'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래도 일반 관객들은 좀 생뚱맞다는 인상을 받을 것 같다. 화려하고 현란한 자본주의 사회의 건축물과 맑스/엥겔스의 초라한 동상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나오지 않겠나 싶은데, 성상과 우상의 관계가 대답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