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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

paixaube 2011. 3. 19. 01:30

인터넷 상에서의 호칭에 대해 전혀 몰랐던 시절, 물론 지금도 잘 모르지만, ‘유저’가 어떤 호칭인지 몰라 의아해 했던 적이 있다. 아주 처음에는 유저라는 이름이 많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유저가 고유명사가 아니라는 걸 감으로 때려잡아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유저님께서 어쩌고 저쩌고, 이런 말들이 오가면 이게 무슨 호칭인가 싶어 정말로 궁금했었다. 이게 You에다가 뭔가를 붙인 말인지, 아니면 무슨 불교에서 사용하는 말인지, 아님 어떤 다른 호칭을 축약시킨 것인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결국 물어보질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윈도우즈 시작할 때 User라는 박스가 뜨는 걸 보면서, 호, 이게 그 유저로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뭐 아직도 확신하진 못한다만...  

호칭이 참 어렵다. 서양말에서처럼 미스터 누구, 미스 누구로 통하는 그런 유니버셜한 호칭이 우리말에 없다보니 대충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 일단 나보다 나이가 좀 어리거나 그러면 누구 씨, 비슷하거나 많으면 누구 선생님, 구체적인 직업이나 직책을 알면 김부장님, 박과장님, 최관장님, 정기자님 등등, 결혼한 여성의 경우, 그리 부르고 싶진 않지만 누구 엄마, 이렇게 부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사람 만나 대화하기가 참 어렵다. 긍정적으로 보면 타인을 조심성 있게 대하도록 해주는 측면이 있다. 그래도 올바른 호칭을 찾기가 어렵다보니 관행이나 상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서로의 상식이 다르다보니 문제가 생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호칭 때문에 실수하지 않으려는 민감한 사람들은 그래서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단 극존칭을 쓰고 보는데, 이것도 결국 본질적으로는 존칭을 써야 할 상대에게 하대를 하는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여 요즘은 적합한 호칭을 잘 찾아내고, 적합한 존칭을 잘 쓰는 사람에게 정이 간다. 다시 말해 상식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요즘 상식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는 말이다. 하여 존칭을 써야 하는데 하대를 하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고, 편한 호칭을 써도 되는데 존칭을 쓰면 일부러 연락해서 보고 싶지 않거나 그렇다.

호칭, 이게 원래 사람을 호출하는 언어다. 그리고 호출은 존재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다. 관심, 그러니까 interest는 원래 inter esse, 즉 ‘서로 존재’라는 의미다. 관심은 내 편에서 시작하지만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관계이자, 상대에 대한 존중을 깔고 있는 개념인 셈이다. 하여 타인과 윤리적인 관계로 맺어진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고 보면 ‘유저’님, 이런 호칭은 ‘기계’님, 이렇게 부르는 것과 비슷한 건데 이걸 예절바른 호칭이라고 할 수 있을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유저님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